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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지만, 그게 나를 무너뜨렸어– 《더 페이버릿》, 《레이디 버드》와 함께

by Hary0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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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사진 속, 긴 니트 스웨터를 입은 젊은 여성이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텅 빈 벽과 조용한 분위기가 감정적 고립과 내면의 무너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 조용한 골목, 텅 빈 벤치 위에 앉은 여성이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무게에 눌려 있었던, 우리 모두의 얼굴을 담은 이미지입니다.

1. 좋은 사람이라는 무게

우리는 자라면서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마.” “괜찮은 아이가 되어야 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따라 행동합니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버림받고 싶지 않고,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아서 늘 타인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조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사람’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갑니다. 거절하지 못하고, 참아내고, 웃으며 넘기고, 항상 괜찮은 척, 강한 척, 다 알고 이해하는 척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됩니다. 그 ‘좋은 사람’의 무게가 나를 눌러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진짜 나의 감정은 억눌리고, 나는 점점 작아지고, 세상이 요구하는 그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나를 가장 많이 다그치고 있다는 걸요.

오늘은 이처럼 타인의 시선에 갇힌 ‘좋은 사람’이라는 감옥 속에서 점차 무너져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더 페이버릿》과 《레이디 버드》를 통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 《더 페이버릿》 – 사랑받기 위한 연극, 그 끝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더 페이버릿》은 18세기 영국 궁정을 배경으로 권력과 사랑을 두고 벌어지는 세 여성의 심리전을 그린 영화입니다.

주인공 앤 여왕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외로운 인물입니다. 그 곁에는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사라 부인이 있었고, 그 관계는 단지 정치적 동맹을 넘어 감정적으로도 얽혀 있습니다.

그러던 중 등장한 또 한 명의 여성, 애비게일. 처음엔 순수해 보이던 그녀는 점차 앤의 총애를 얻기 위해 사라를 밀어내고, 여왕에게 접근하며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거짓된 연극을 시작합니다.

사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만이 여왕의 진심을 이해한다고 믿으며, 모든 선택은 여왕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정치적 계산과 감정의 혼란 속에서 진심을 감추고, 괜찮은 척, 우아한 척 행동합니다.

세 사람 모두 ‘사랑받기 위해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는 거짓’을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영화는 말합니다. 사랑은 연기로 지속될 수 없고, 사랑받기 위한 가면은 결국 모두를 파괴할 뿐이라는 것.

앤은 두 사람의 진심을 의심하게 되고, 애비게일은 끝내 여왕의 신뢰를 얻었지만 그 안에는 어떤 감정적 충만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라는 궁을 떠나지만, 그 떠남조차 차라리 자유로워 보입니다.

이 영화는 보는 이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연기하고 있나요?”

3. 《레이디 버드》 – 엄마가 원하는 딸 vs 내가 되고 싶은 나

《레이디 버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한 소녀가 겪는 성장통과 엄마와의 충돌을 중심으로 한 감정의 여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고 부르며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주인공 크리스틴은 늘 엄마와 부딪힙니다. 엄마는 딸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늘 간섭과 지적, 통제로 표출됩니다.

레이디 버드는 말합니다. “왜 엄마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아요?” 그러자 엄마는 대답하죠. “나는 네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원해. 괜찮은 건 부족해.”

이 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괜찮은 나’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압박.

그래서 그녀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결국 스스로를 억누르며 방황하게 됩니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올바른 친구를 사귀어야 하며,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 속에서 그녀는 점점 ‘진짜 나’를 놓쳐갑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레이디 버드는 엄마의 방식이 사랑이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제는 자신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그것은 타인을 실망시키지 않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삶이었음을요.

4. 나를 미워하게 만드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

《더 페이버릿》과 《레이디 버드》의 여성들은 모두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조정하고, 감추고, 왜곡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려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 익숙해지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에 능숙해집니다.

  • “그 사람 기분 나쁠까 봐 내 감정을 숨겼어.”
  • “싫다고 말하면 이기적으로 보일까 봐 참았어.”
  • “다들 나한테 기대하는 모습이 있으니까, 포기하면 안 돼.”

이런 생각은 마치 착한 사람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결국 그 끝에는 자신조차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무력감이 남습니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나 자신에게 잔인해지고 있다면, 그건 결코 괜찮은 삶이 아니라는 것.

5. 이제는 내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괜찮은 사람이 되려 애쓰다 보면 진짜 ‘나’는 자꾸만 뒤로 밀립니다. 하지만 이젠 묻고 싶습니다.

“나는 정말로 나를 위해 살고 있는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내가 아닌 어떤 버전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물음입니다.

이제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괜찮지 않은 나를 숨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착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완벽해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는 하루면 충분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버리지 말아야 할 유일한 것은 세상의 기대가 아니라 당신의 감정과 존재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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