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에, 나에게 건네는 질문
어렸을 땐 꿈을 말하는 일이 쉬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사회의 구조 속에 들어서면서 ‘꿈’이라는 단어는 점점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말하는 순간 ‘이룰 수 없는 이상’처럼 보이고,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냉소적인 시선이 따라붙습니다.
누구는 안정적인 삶을 택했고, 누구는 포기했고, 또 어떤 이는 여전히 ‘꿈을 쫓는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불안과 외로움이 스며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말은 "괜찮아, 아직 늦지 않았어"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그 말을 꺼내기 위한 용기입니다. ‘지금의 나’가 ‘꿈꾸던 나’에게, 그리고 아직 꿈을 놓지 못한 나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의 편지입니다.
2. 🎹 라라랜드 – 꿈을 이룬 자리에서 마주한 외로움
<라라랜드>는 누군가에게는 로맨틱한 뮤지컬 영화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슴 시린 현실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는 각자의 꿈을 향해 고군분투합니다. 둘은 사랑을 나누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 잠시나마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꿈을 이룬 미아는 유명한 배우가 되어 있고, 세바스찬도 자신만의 재즈 바를 엽니다. 하지만 그 둘은 더 이상 함께가 아닙니다. 서로의 꿈을 응원했던 그들은, 결국 꿈을 위해 서로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 장면은 말없이 묻습니다. "꿈을 이룬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잃는 일일까?"
현실도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후회가 남기도 하고, 문득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하죠. <라라랜드>는 그런 상상을 아름다운 재연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세바스찬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미아와 보냈던 시간을 그려내는 그 장면은, 꿈과 사랑,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슬픈 작별입니다.
그래도 영화는 말합니다. 사랑했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고, 그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당신이 때로 외롭고 후회되더라도, 그 선택은 분명 당신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을 거라고.
3. 🩰 프란시스 하 – 불완전함 속에서도 걷는 삶
<프란시스 하>는 뉴욕에 사는 무용수 지망생 프란시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성공담도, 대단한 성취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프란시스가 살아가는 그 애매한 일상, 불안정한 관계, 경제적 불안, 계속되는 좌절과 혼란을 그저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밋밋한’ 이야기에서 관객은 큰 위로를 받습니다.
프란시스는 춤을 사랑하지만 무대에 서지 못하고, 동거하던 친구는 결혼을 하고 멀어지고, 회사는 계속 떨어지고, 고시원 같은 방을 전전합니다. 어쩌면 너무 현실적인 모습이라 가슴이 아플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으려 합니다.
프란시스가 스스로를 정의하던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난 아직 정식 단원이 아니지만, 난 춤을 추는 사람이야."
세상이 자격을 부여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자신을 믿는 것. 그것이 진짜 ‘꿈을 꾸는 자세’가 아닐까요. 우리는 종종 ‘무언가가 되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계속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삶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것 같고, 아직도 길을 못 찾은 것 같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꿈을 향한 중요한 여정입니다.
4. 🎧 비긴 어게인 – 부서진 꿈 끝에서 시작되는 노래
<비긴 어게인>은 상처받은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그레타는 남자친구의 성공과 함께 버림받고, 음악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바닥을 찍습니다. 프로듀서 댄 또한 가족과 일 모두 실패한 상태에서 그레타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이 만든 앨범은 스튜디오가 아닌 뉴욕의 거리에서 녹음됩니다. 지하철, 골목길, 옥상… 자연의 소음이 그대로 담긴 앨범. 이들의 작업은 정제되지 않았지만 살아 있습니다. 기계적으로 완성된 음악이 아닌, 삶의 소리와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은 관객에게 진심을 건넵니다.
<비긴 어게인>은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음악과 함께 전합니다. 꿈은 한 번 부서졌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방향이 달라졌을 뿐이고, 속도가 늦어졌을 뿐입니다. 중요한 건, 다시 노래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무너졌다고 해도, 언젠가 다시 한 번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처음보다 더 깊고 진한 울림을 가질 것입니다.
5. 꿈꾸던 나에게, 지금의 내가 건네는 짧은 편지
가끔은, 어릴 적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집니다. 당차게 말하던 “나는 나중에 ○○가 될 거야!”는 그 말, 지금의 나는 과연 그 꿈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포기했던 적도 있었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여전히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것.
그러니 지금, 꿈이 멀게 느껴지는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너, 잘하고 있어. 조금 느려도, 조금 멀어도, 여전히 꿈을 향하고 있어.”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마음이니까.”
그 말이 당신의 오늘을 조금 덜 버겁게 만들 수 있다면, 이 글의 의미는 충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