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마법의 판타지를 넘어선,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을 담은 작품입니다. 2018년 개봉 당시에는 시리즈 중간의 연결고리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2025년 현재 이 작품은 ‘해리 포터 유니버스’ 내에서 가장 현실적인 주제를 품은 영화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마법사의 갈등은 물론, 인간 사회와 닮아 있는 구조, 정치적 선동과 진실의 왜곡, 그리고 이해받지 못한 존재들의 절규가 교차하는 이 작품은, 다시 보는 지금 더 큰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 리뷰에서는 그린델왈드라는 캐릭터의 상징성, 각 인물 간 갈등 구조, 그리고 마법 세계의 메타포적 의미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그린델왈드의 설득력: 위험한 카리스마의 정체
그린델왈드는 단순한 ‘악당’이 아닙니다. 그는 냉철한 전략가이자, 대중을 설득하는 언변가이며,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선동가입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그는 폭력을 반대한다고 말하면서도, 전쟁과 갈등을 유도합니다. 이는 말의 힘, 이미지의 힘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의 연설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으며, 단순한 마법 세계의 정치쇼가 아닌, 인간 사회의 포퓰리즘 리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장면입니다. 2025년의 우리는, 팬데믹, 전쟁, 거대 기술 기업과 정치 이슈 등을 거치며 ‘정보 조작’과 ‘집단 설득’의 위험성을 충분히 체감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린델왈드의 연설은 단지 영화 속 연기가 아니라, 관객의 현실적 경험과 맞닿은 ‘무서운 거울’이 됩니다.
또한 그는 연설에서 마법사 우월주의를 지적하면서, 사실상 자신만의 우월성을 확산시키는 전략을 씁니다. 이러한 이중 메시지는 많은 정치적 리더들이 활용하는 수사 기법과 유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팬들은 그린델왈드를 볼드모트와 비교하며 “볼드모트는 공포였고, 그린델왈드는 유혹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마법이라는 틀 속에 숨겨진 권력의 본질, 말의 위력, 집단 심리의 유동성을 치밀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25년의 시점에서 다시 본 그린델왈드는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인 적으로 다가옵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진 인물들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시리즈에서 가장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선과 악의 전형적인 구도를 넘어서, 각 캐릭터들이 내면의 윤리와 갈등, 그리고 혼란을 품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누구 하나에게 완전히 감정 이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모호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뉴트 스캐맨더는 여전히 자연과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순수한 이상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조차도 그린델왈드의 거대한 담론과 정치적 압력 앞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는 전투를 피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비폭력적 해결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체제를 바꾸는 데에는 무력하다는 비판도 함께 받습니다. 2025년 팬들은 뉴트에 대해 “현대적 리더십의 모델”이자 “현실 정치에서 쉽게 소외되는 이타주의자”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크레덴스 베어본은 이 영화의 진정한 중심축입니다. 그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며, 결국 그린델왈드의 유혹에 흔들립니다. 그의 서사는 정체성 혼란과 가족에 대한 갈망, 그리고 사회적 배제의 상징입니다. 그가 덤블도어의 혈통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는 단순한 마법 대결을 넘어 ‘가족과 혈통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덤블도어. 그는 여전히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전략적으로 침묵하고 움직이지 않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모습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보여졌던 그와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특히 그린델왈드와의 과거가 점차 드러나며, 관객은 ‘선한 지도자’의 이면을 더욱 복합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덤블도어는 이제 더 이상 이상적인 교육자가 아니라, 비밀과 후회를 안고 있는 인간적인 존재로 변화합니다.
마법 세계의 사회 구조와 현실적 메타포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이야기의 배경인 ‘마법 세계’가 단순한 상상 속 공간이 아니라, 현실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을 반영한 정교한 세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마법과 현실, 이상과 정치, 사랑과 권력이라는 거대한 축들을 겹쳐놓습니다.
MACUSA(미국 마법의회)의 보수적 시스템은 고도로 통제된 권력 사회를 상징합니다. 감시와 규칙이 일상화된 마법사 사회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감시와 언론 통제, 그리고 엘리트 권력 구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마법사들이 ‘머글(노마지)’과의 관계를 꺼리는 모습은, 곧 타자화된 존재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미하며, 현대인의 편견과 두려움을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이 진실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그린델왈드의 환영 마법은 미래의 전쟁 이미지를 투사하여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자신이 원하는 여론을 유도합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가짜 뉴스’, ‘공포 마케팅’, ‘감정 자극형 콘텐츠’와 매우 유사한 전략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전통적인 마법사의 위계질서 속에서 주변부 인물들이 어떻게 고통받는지를 보여줍니다. 크레덴스처럼 태생적 신분이 불분명하거나, 퀴니처럼 규범에 저항하는 인물들은 시스템에 의해 소외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립니다. 2025년 현재 이 같은 구조는 청년 세대의 사회적 좌절감, 계급 이동의 불가능성 등과 맞물려 관객의 현실 감각을 자극합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마법의 환상을 통해 권력, 설득, 정체성, 사회 구조를 비추는 ‘정치적 판타지’입니다. 2025년 현재, 그린델왈드의 연설은 뉴스보다 더 생생하고, 크레덴스의 고뇌는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으며, 뉴트의 고독한 정의는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 세계의 마지막 조각처럼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다시 볼수록 새롭게 읽히는 영화입니다. 당신이 마법 세계의 열렬한 팬이든,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든,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처음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